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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원보면 한숨나옵니다… 저걸 왜샀지 하실갑니다… 국내들어온 아파치는 아파치라고 할수나 있을까요? 겉껍질만 산거와 다름 없습니다 아주 비싸게요…>


AH-64E ‘아파치 가디언’이 국내에 들어온 사실은 이미 독자 여러분도 잘 아실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대해 본지에서 월간지 발매에 앞서 공개한 이 블로그의 포스팅( http://platoon2016.tistory.com/7 )에 위와 같은 댓글이 달려있는게 아닌가.

사실 미국제 무기가 ‘다운그레이드’가 되어 들어온다는 주장은 오래 전부터 있었다. 그런데 이 주장의 맹점은 마치 다운그레이드가 ‘몰래’이뤄지는 것처럼 묘사된다는 것. 한마디로 미국이 겉으로는 멀쩡한 것을 주는 척 하면서 실제로는 우리가 ‘눈치채지 못하는 방법’으로 성능을 저하시킨다는 것인데, 일단 이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구체적인 근거를 대라면 ‘누구나 다 아는거 아니냐’ 내지는 ‘이름을 댈 수는 없지만 내가 아는 군 관계자가 그러더라’등 굉장히 납득하기 힘든 근거 이상은 대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헬파이어 미사일 16발을 장착한 롱보우 아파치)


일단 미국이 수출하는 무기에 대해 일종의 다운그레이드를 하는 경우는 드물지 않다. 예를 들어 팬텀의 경우도 우리나라에 들어올 때에는 핵무기 운용 관련 설비를 제거하고 들어온 바 있다. 하지만 이런 ‘다운그레이드’는 구매 전에 정식으로 구입자측에 통지가 된 상태로 계약이 진행되지, 사는 사람도 모르게 몰래 진행되는 다운그레이드라는게 과연 가능한지부터 의문이다.

심지어 수출되는 기체가 미군용 기체보다 업그레이드된 경우도 드물지 않다. 당장 우리 공군의 KF-16과 F-15K모두 적어도 도입된 시점에서는 미 공군의 F-16C나 F-15E보다 많은 면에서 발전된 기체였다- 물론 그 뒤로 미 공군 기체들이 업그레이드되면서 우리 공군 기체들이 다시 뒤쳐지는 사태가 벌어졌지만, 그거야 우리가 업그레이드에 돈을 안 써서 그런거지 미국이 뭘 어째서 그런건 아니잖아….

그리고 이런 논란이 드디어 아파치에까지 옮겨진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나라에 들어온 아파치는 정말 ‘아주 비싸게 겉껍질만 산거와 다름 없는’ 물건일까. 미국이 우리에게 껍데기뿐인 물건을 엄청난 값으로 바가지를 씌운 것일까.


나름 잘 산 아파치

일단 국내에 들어온 아파치는 적어도 아파치중에서는 최신형이다. 원래 AH-X, 즉 차기 공격헬기 계획에서 후보로 제안된 것은 AH-64D 롱보우 아파치였다. 그런데 이것이 예상보다 오래 시간을 끌어 결정되는 와중에 미국에서는 D형보다 발전된 AH-64E ‘아파치 가디언’이 개발됐고, 우리 군도 가장 최신형인 E형을 도입하게 된 것이다.

사실 D형만 따져도 AH-X의 후보들 중 가성비가 가장 높은 기체라는 평가를 받는다. 러시아 공격헬기(카모프나 하복 등)는 스펙상으로는 어떨지 몰라도 실전에서의 검증이나 후속지원, 정치외교적 관계 등 여러 면에서 우리가 선택하기에는 좀 애매했고, 유로콥터의 타이거는 더 최신기술이 적용됐다고는 하지만 실제 성능면에서 아파치보다 낫다고 할 구석이 없는데다 가격조차 아파치보다 전혀 싸지 않았다. 

터키의 T-129 역시 엔진출력 문제 등 값이 싸다고 섣불리 아파치 대신 선택할만한 기체가 아니었고, AH-1Z역시 아파치에 비해 떨어지는 부분들이 없잖아 있는걸 감안하면 가격 차이가 그리 크지 않았다. 결국 가성비를 종합해 봐도 아파치가 가장 낫다는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는데다, 원래 후보였던 D형과 비교해 E형은 야시장비나 화기관제장치, 순항속도나 무장 탑재량 등 많은 면에서 D형보다도 우수하다. 


(일본이 구매한 AH-64DJP. 우리는 이보다 좋은 버전을 더 싸게, 훨씬 빨리 들여오고 있다)


특히 일본과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아파치 구매는 ‘신의 한 수’(의도했든 아니든)라는 평가를 받기 좋다. AH-64D 롱보우 아파치 블록2를 라이센스 생산으로 도입한 일본은 예산 부족으로 인해 매년 1~2대씩만 기체를 조달하는 답답한 상황에 직면했다. 일본 국내에서 라이센스 생산을 하려니 직도입보다 비싸지고, 값이 비싸니 예산이 모자라 매년 조금씩밖에 못 사고, 조금씩밖에 못 사니 값은 떨어질 생각을 안하고… 그야말로 ‘바가지의 악순환’에 빠진 것이다. 결국 62대를 도입하려던 것이 딱 13대로 마감하고, 대당 가격도 크게 치솟는 등 난감한 상황이 되어버렸다. 

한마디로 우리는 일본보다 싼 값에 일본보다 더 좋은 공격헬기를 더 빨리 들여올 수 있게 된 셈이다. 그런데 ‘잘 보면 겉껍질만 산 것과 다름없다’라니? 

정말 그렇다면 우리는 그야말로 희대의 사기극에 걸린 셈이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뭐가 미군용과 다를까

일단 미군용 아파치 가디언과 국군용의 차이가 있을까. 일단 있다. 그것 자체는 부인할 수 없다.

우리와 미군용 기체의 차이를 한 번 보자. 미군용 기체에는 있는데 우리는 없는것은 아래와 같다.

- 위성통신장비

- 무인기 운용능력

사실 이 두 가지는 아파치 가디언에서 상당히 중요한 업그레이드로 지목되는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빠진 것이 심각한 다운그레이드인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도 그럴까.

일단 위성통신장비는 우리나라의 여건에서는 필수적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미군의 경우 작전 운용지역이 어디가 될지 모른다. 반면 우리나라는 현실적으로 좁은 한반도를 벗어날 확률이 거의 없다. 한마디로 위성통신장비가 큰 메리트가 되는 것은 아니다. 무인기 운용능력도 마찬가지다. 애당초 우리 군에 아파치로 운용할 무인기 자체가 없고, 아파치로 운용할 수 있는 무인기를 도입할 계획도 당장은 없기 때문이다.


(일본의 아파치에 달린 스팅어 발사대. 우리의 아파치에도 스팅어가 있지만 미군용에는 없다)


현재 아파치 가디언의 미군 버전은 AH-6i ‘리틀버드’나 쉐도우 무인기를 조종하고 정보를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이 두 기종 모두 우리 군에는 없고, 도입 계획도 당장은 없다. 대한항공에서 기존의 500MD를 개조해 AH-6i같은 무인 헬기로 납품하자는 계획은 있지만 구체적으로 군에서 도입할 계획이 선 것도 아니다. 한마디로 당장 운용할 무인기가 없고, 언제 들어올지도 감이 안 잡히는 상황에서 무인기 운용 설비를 들여오기도 애매하다.

즉 우리의 여건때문에 당장 필요없다 싶은 것들이 돈 절약 차원에서 빠진 것이지, ‘다운그레이드’라고 보기는 매우 어렵다. 애당초 공격헬기에 무인기 운용이나 위성통신이 언제부터 ‘빠지면 껍데기나 다름없는’ 기능이었을까. 심지어 다른 AH-X후보기종들에는 이런 능력들이 아직까지도 없다. 과연 다른 기종들, 특히 유로콥터 타이거를 구입했으면 이런 기능 없다고 ‘껍데기만 산 것과 다름없다’(심지어 가격도 아파치와 별 차이도 없는데)는 비난이 나왔을까?

오히려 미군용 기체에는 없는데 우리 기체에는 있는 기능도 있다. 해상작전을 위해 일부 부위에는 방염 처리를 강화하고, 미군용에는 도입되지 않은 스팅어 공대공 미사일 발사대도 도입했으며 국내 작전에 필요한 한국형 FM무전기나 HF무전기도 추가되었다. 


아쉬운 점이 없지는 않지만

물론 실제로 불만을 가질만한 점도 있다. 바로 롱보우 레이더와 미사일이다.

일단 롱보우 아파치부터 중요한 특징중 하나가 된 롱보우 레이더의 숫자가 적다. 36대를 도입했는데 레이더는 6대뿐이니 말이다. 또 헬파이어 미사일도 AH-X로 도입한 물량은 288발로, 36대라는 수량을 생각하면 매우 적은 것은 사실이다. 특히 헬파이어 미사일의 경우 우리보다 몇 년 앞서 도입한 대만이 1,000발이 넘는 AGM-114L버전을 도입한 것과 심하게 비교될 수 밖에 없다.

일단 미사일의 경우 적은 숫자라는데 변명의 여지가 없기는 하지만, 애당초 배정된 예산이 적어서 문제지 그게 미국의 방해때문에 사고싶은 물량을 못 산 것도 아니다. 게다가 대만의 경우와 달리 우리는 비상시 미군이 비축한 전시비축 물량등의 지원을 신속하게 받을 수 있다. 그야말로 전시에 고립될 걱정때문에 비축탄약을 대량으로 쟁여둬야 하는 대만과는 입장이 같지 않은 것이다.


(헬파이어 미사일을 발사하는 미육군 AH-64D)


(롱보우 헬파이어 미사일)



사실 이미 우리는 400발의 추가도입을 결정하는 등, 이 문제도 그렇게 심각한 부분은 아니다. 애당초 미사일의 업체 보장수명은 10년 정도이기 때문에 우리처럼 돈만 있으면 언제든 구입할 수 있고 미군의 비축탄약 지원도 가능한 입장이라면 굳이 처음부터 대량으로 사들일 필요는 없다. 어느 정도 기간을 두고 나눠 구입하는 방법도 있으니 말이다. 반면 대만은 전시 고립도 문제지만 정치적으로 언제 무기수입이 중단될지 알 수 없는 만큼 살 기회가 있을 때 최대한 많이 살 수 밖에 없다. 한마디로 입장이 다른 것이다.

롱보우 레이더의 경우도 예산이 없어 적게 산 것은 맞다. 하지만 원래 레이더는 1대가 있으면 최대 6대까지 데이터 링크를 공유할 수 있으며(따라서 이론상 6대면 모든 국군의 가디언이 레이더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 미군의 경우도 기본은 4:1로 장착하지 전부에 장착하지는 않는다. 대만의 경우 거의 반에 가까운 수량이 레이더를 장착했지만 이는 섬나라인 대만 특성상 해상으로 진입해오는 적 상륙정등을 제압하거나 해안지대에 집결한 적 전력을 타격하는 등 레이더 이용 확률이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아파치용의 AN/APG-78 밀리미터파 레이더)


게다가 지상에서의 롱보우 레이더 활용 빈도는 이라크전 이후 예상보다 낮다고 판단되는 추세다. 넓은 범위의 많은 표적을 포착할 수는 있지만 아무래도 피아식별등 여러 문제로 인해 실제 레이더가 효과적인 임무는 예상보다 매우 적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물론 여기에는 나름 반론도 있겠지만, 요는 아파치의 레이더가 정말 없어서는 안될 엄청난 물건이 아니라 나름 한계도 있고 논란도 있는 물건이라는 이야기다.

즉 레이더와 미사일 문제도 아쉬운 점이기는 하나 이것 때문에 ‘껍데기나 다름없는’이라는 평가를 받는 것은 상당히 억울하다. 무엇보다 이 두 문제는 약간의 추가 예산으로 충분히 극복 가능한 부분이고 실제로 미사일은 이미 추가도입이 예정되어 있다.

무엇보다도, 앞서 언급했지만 아파치 가디언이 ‘껍데기나 다름없는’이라면 다른 후보들은 뭐라는 말인가. 애당초 AH-X 후보들 중 위성통신이나 무인기 운용능력이 있는 것은 애당초 없었고(아파치도 후보선정 당시에는 그런 능력들이 없는 D형이었다), 레이더 역시 처음부터 운용능력이 없거나 우리가 추가 비용을 들여 업그레이드를 해야 레이더 장착이 가능해지는 판이었다. 즉 아파치를 껍데기나 다름없다고 비웃으면 다른 후보들은 그만도 못한 ‘진짜 껍데기(그것도 매우 얇은)’ 라고 해야 할 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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