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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국정감사에서 어처구니 없는 사실이 공개됐다. 바로 K-2C1소총에 관한 이야기다.

뉴스를 보신 분들은 다 아실 것이다. K-2C1소총을 100발 쐈더니 총열덮개가 60도까지 뜨거워져 잡기 힘들게 됐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추가보급이 중지되고 이미 보급된 총 1만정은 일단 회수되어 이 문제를 해결할 조치가 진행될 때 까지는 지급되지 않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사실 어처구니 없는 부분은 총열덮개가 뜨거워졌다는 것도, 그래서 회수됐다는 것도 아니다. 일단 이 문제가 다른 것도 아니고 일선 부대에서 직접 더운 여름철에 쏴 보고 나서야 터졌다는 것이다. 여기서부터 소위 말하는 '암 걸릴'이야기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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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의 방위산업 전시회의 업체 부스에 전시된 K-2C1. 여기에는 버젓이 수직손잡이가 달려있다!)


일단 총열덮개가 뜨거워진 그 자체는 그러려니 할 수 있다. 원래의 K-2소총이나 M16A1등은 총열덮개가 안쪽에 알미늄제 방열판이 달린 내열 플라스틱 제품이다. 따라서 비교적 뜨거워지는 속도가 느려 100발 쏘는 정도로는 잡기 힘들 정도로 뜨거워지지는 않는다. 그런데 플라스틱이 아닌 금속제 레일 덮개로 바뀌면서 이 덮개가 맨손으로 쥐기 힘들 정도로 뜨거워지는 경우는 방위사업청에서 설명한대로 외국제 총기에서도 그리 드문 편은 아니다. 실제로 독일제 소총이자 금속제 레일 덮개를 갖춘 HK416도 비슷한 조건에서 테스트하자 비슷하게 뜨거워졌다고 하니 말이다.

문제는 이런 사실이 쏘고 나서야 '밝혀졌다'는 것이다. 솔직히 이 정도의 문제는 굳이 쏴보지 않아도 총기에 기본적인 지식이 있으면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부분이다. 더군다나 일반인도 아닌 군에서라면, 이런 문제를 쏴보고 나서야 알았다는 것은 정말 답답한 이야기다. 해외의 사례가 어떤지 연구했는지 아닌지는 둘째치고, 상식선에서 조금만 고민해봐도 충분히 제기될 수 있는 문제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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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일식 총열덮개는 이처럼 다양한 액세서리를 총기에 부착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다. 사진은 미 육군의 M4카빈용 액세서리 일람)


열 자체가 문제가 아니다

애당초 이런 과열 문제는 해결하는게 전혀 어렵지 않다. K-2C1에 달린 총열덮개는 그냥 덮개가 아니라 레일 덮개다. 간단하게 말해서, 필요하면 이것저것 다양한 액세서리를 옆이나 아래에 달 수 있다. 따라서 비슷한 덮개를 가진 해외 총기들은 과열 문제가 생긴다 싶으면 내열 플라스틱 커버를 덮거나 아래에 수직 손잡이를 따로 달아 덮개에 직접 손이 닿지 않게 해 준다. 이런 플라스틱 커버나 손잡이가 비싸고 쓰기 힘든 물건이면 또 모르겠는데, 그닥 비싸지도 않다. 방위사업청에서는 하나에 만원이면 될 것으로 보고 있고, 해외에서 민간에 판매되는 가격도 비싸봐야 몇만원 수준이다(군납과 달리 유통마진+세금등이 추가된 값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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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해병대원이 M4카빈을 사격중이다. 여기에도 손잡이가 달려있다)


그런데 왜 이런 간단한 해결책을 직접 '뜨거운 맛'을 보기 전까지 떠올리지 못하고 있었을까. 차라리 아무도 몰랐다면 그나마 낫다. 실은 더 어처구니 없는 내용이 더 있다. 10월 14일의 국회 국방위 국정감사에서 방위사업청장이 한 대답이 바로 결정적이다. 국회의원들이 이 문제에 대해 질문하자 나온 답변을 보자.

"최초에는 (발열 문제) 방지를 위해 손잡이가 달려 있었는데 육군에서 총검술 같은게 불편하다고 제거해달라고 해서 그렇게 됐다."

이 대답은 정말 여러 모로 '암 걸릴' 현실을 보여준다. 먼저 이 발언이 사실이라면, 업체나 방사청등에서는 일단 발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그 대책까지 진작에 보여줬다. 그런데 육군에서는 다른 것도 아닌 <총검술 같은게 불편하다고(!!!!!)> 그 대책을 외면해놓고는 뒤늦게, 말 그대로 '호되게 데인'것이다. 

총. 검. 술. 이라니, 이게 무슨 20세기도 아니고 19세기같은 소리일까. 아무리 총검술이 현대전에서도 무시 못할 전술이라지만, 그 때문에 과열을 막아주는데다 전술사격 그 자체에도 적잖이 도움이 되는 손잡이를 외면했다는 이야기는 사실이라면 정말 충격적이라고밖에 할 말이 없다.

현대의 군대치고 총검술을 중시하는 영국군이나 미 해병대조차 금속제 덮개에 수직손잡이나 플라스틱 커버를 씌우고 총검술 교리나 훈련을 그에 맞춰 바꾸지, '총검술 해야 하니까 과열 대책을 빼라'고 하는 터무니없는 요구를 하는 경우는 듣도 보도 못했다. 필자는 직업상 해외에도 총기 관련업계에 종사하는 지인이 한둘이 아닌데, 이들에게 이 이야기가 알려지면 무슨 생각들을 할지 창피해서 얼굴이 화끈거릴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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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직손잡이가 장착된 M4카빈으로 총검술 훈련중인 미 해병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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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수직손잡이가 장착된 영국군의 SA80A2. 영국군도 미 해병대도 총검술을 여전히 중시하지만 그렇다고 손잡이를 떼라는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총검술만 문제가 아니다

사실 총검술 이야기만 문제가 아니다. K-2C1이 채택되는 과정에서 꾸준히 거론된 문제중 하나가 무겁다는 것이었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무게를 줄이느라 덮개 측면과 아래의 레일을 떼어낸 것이다. 물론 나사를 이용해 쉽게 다시 부착할 수는 있지만, 어차피 커버나 손잡이 지급도 안한다는 이유로 이 부분의 레일들이 지급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소한 아래쪽 레일만이라도 달린 상태로 지급됐다면 손잡이만 보급해서 해결될 문제지만, 이제는 아래쪽 레일도 함께 보급해야 한다. 그야말로 소탐대실, 약간의 무게와 기존 총검술 훈련의 유지를 위해 결국 겪지 않아도 될 일을 겪은 뒤 안해도 될 일을 또 하게 된 셈이다.

이것만 문제가 아니다. 업체/방사청과 군 사이의 의사소통이 얼마나 안 이뤄지는지 잘 보여줬기 때문이다. 다른 것도 아니고 잡기 힘든 수준의 과열이 발생하는데, 심지어 업체가 그 사실을 이미 알고 있는데 군에서 그것을 무시하고 총검술 운운하며 대책을 무시한다? 군이 터무니없이 꽉 막혀서 그런 것인지, 업체가 군의 눈치를 너무 봐서 그런지는 알 수 없지만 이유가 무엇이건 의사소통 문제는 틀림없다.

게다가 '레일의 과열'문제에 대한 군 자체의 피드백조차 이번에 전혀 작용하지 않았다. 사실 총기 레일의 과열 문제는 이미 PVS-11K용 레일의 개발과 보급 과정, 특히 K-1A용 금속제 레일 덮개 보급 과정에서 벌써 논의되고 나름 해결책이 보급된 일이기 때문이다. 

관련 업체에서 K-1A용 금속제 레일 덮개를 개발하면서 과열 문제가 진작에 나왔고, 그 문제 해결을 위해 특수부대는 주로 손잡이를, 정규군에서는 플라스틱 덮개를 사용하고 있다. 레일 장착 금속제 덮개라는 개념이 우리 군에서 K-2C1으로 처음 겪은 것이면 모르겠는데, 이처럼 벌써 한번 경험이 있는데도 그 경험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은 업체와 군의 의사소통은 둘째치고 군 내부의 의사소통조차 문제라는 우려를 낳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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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특수부대와 함께 대테러 시범을 보이는 특전사 대원들. 수직손잡이를 사용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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