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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PY-2 레이더. 사진 미 육군)


http://www.huffingtonpost.kr/heebum-hong/story_b_10937894.html


위 링크에도 나왔지만, 필자는 사드 관련한 논란에 대해 몇 가지 팩트를 정리한 바 있다.

이 때 한가지 논란에 대해서는 정리하지 못했다. 바로 레이더 탐지거리 문제다. 이 문제는 중국과 러시아가 반발하는 대표적인 명분이라고 알려진 만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먼저 사드에 쓰이는 레이더인 TPY-2는 크게 두 가지 모드로 운용된다. 하나는 전진배치, 또 하나는 종말이다. 보다 알기 쉽게 말하자면 전진배치는 장거리, 종말은 단거리 모드라 할 수 있다.

장거리 모드는 멀리 있는 표적을 탐지하는데 쓰인다. 이 때는 최대 2,000km 밖까지 볼 수 있다. 반면 단거리 모드에서는 탐지거리는 600km까지 줄어들지만 대신 실제 미사일 사거리(200km) 이내로 접근하는 목표를 탐지하고 추적할 수 있다.

간단하게 말해, 장거리 모드에서는 멀리는 볼 수 있지만 정작 요격은 불가능하다. 반면 단거리 모드는 멀리는 볼 수 없지만 실제 요격이 가능하다. 아니, 보다 정확히 따지면 단거리 모드가 되어야만 요격할 수 있다. 단거리 모드가 되어야 전파를 집중, 목표를 정밀하게 추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두 모드를 간단하게 뚝딱 바꿀 수 있는게 아니라는 점이다. 바꾸는데 필요한 시간만 따져도 대략 8시간이라고 하니, 한 대의 레이더만으로는 장거리 모드로 보다가 미사일이 날아오는걸 탐지하고 단거리 모드로 바꿔 요격한다는 식으로 운용할 수 없다. 현실적으로 두 대의 레이더를 이용해 하나는 장거리, 또 하나는 단거리 모드로 고정해서 운용할 수 밖에 없다.

결국 미국이 우리나라에 사드를 배치하면서 몇 대의 레이더를 들여오느냐에 따라 이 논란은 정리되겠지만, 적어도 당장은 워낙 고가인 이 레이더를 두 대나 한반도 내에 배치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애당초 국내 배치가 예정된 장비들은 새로 만드는게 아니라 이미 만들어져 미국 본토에 있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중국과의 마찰을 감안하면 추가로 한반도 내에 반입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두대를 반입한다 치면?

자. 그래도 미국이 중국과의 심각한 마찰을 각오하고 사드용 레이더를 두 대 반입해서 그 중 한대를 장거리 모드로 전환했다 치자. 그러면 정말 일부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최대 탐지범위(2,000km)이내의 중국 상공을 정말 손바닥 들여다보듯 볼 수 있을까? 

그렇지는 않다. 지구는 둥글고 전파는 직진하기 때문이다.

레이더는 아무리 성능이 뛰어나도 지구의 곡면이라는 한계를 벗어나기 힘들다. 탐지거리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여기에 방해받지 않는 상황에서나 가능한 것이지, 무조건 다 가능한게 아니라는 이야기다.

일단 지구 곡면을 떠나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레이더는 낮은 곳에 놓을수록 탐지거리가 짧아지고 높은 곳에 놓으면 탐지거리가 길어진다. 사람의 눈과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한라산 꼭대기(약 고도 2,000미터)에 놓으면 어떨까.

정말 상대방의 움직임을 땅바닥까지 낱낱이 보고 싶다면, 한라산 꼭대기에 어떤 레이더를 놓아도 탐지거리는 180km를 조금 넘는 수준에 불과하게 된다. 지구 곡면때문에 그보다 먼 범위는 지평선 너머로 사라지기 때문이다. 민간 여객기가 주로 활동하는 10,000~13,000미터 고도만 보겠다고 해도 탐지거리는 대략 600~650km정도에 불과하다. 흔히 말하는 2,000km의 탐지거리에는 한참 못미치는 것이다.



(레이더의 탐지거리 한계를 나타내는 그림. 지구는 둥근데 레이더 전파는 직진하기 때문에 높이에 따라 탐지 가능한 거리도 크게 달라진다. 탐지하고자 하는 목표의 높이나 레이더의 높이가 높아지면 탐지거리는 늘어나고 레이더의 높이가 낮아지거나 탐지하려는 목표의 높이가 낮아지면 탐지거리는 줄어든다. 사진 http://www.rfcafe.com)



이처럼 설령 미국이 사드 레이더를 장거리 모드로 한반도에 배치해도 그것으로 정말 중국 하늘을 속속들이 보기는 어렵다. 현실적으로 항공기보다 훨씬 높이 날아오르는 탄도미사일에나 해당하는 이야기인 것이다.

(참고로 현재 국내에서 가장 높이 설치된 방공 레이더는 해발고도 약 1,400미터의 강원도 황병산으로 알려져 있다. 현실적으로 어디에 사드 레이더를 설치해도 그보다는 낮은 곳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고도별 탐지거리는 더더욱 줄어들 것이다)


물론 중국 입장에서는 탄도미사일 탐지만으로도 상당한 거부감을 느낄 수 있다.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사드 레이더가 한반도에 전진배치 모드로 설치되는 것이 MD편입의 진정한 서곡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 비록 그것이 주한미군의 자산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그러나 그와는 별개로 사드 레이더로 정말 중국 하늘을 속속들이 볼 수 있다는 주장도 상당히 과장된 것 또한 사실이고, 또 이미 일본의 남서부에 장거리 모드로 세팅된 사드 레이더가 2기나 배치된 상황에서 휴전선 인근이나 수도권도 아닌 영남권에 굳이 또 하나의 전진배치 모드 레이더를 설치할 필요는 그렇게까지 높지는 않다고 봐야 한다. 

물론 한반도에 장거리 모드의 사드 레이더가 있으면 일본으로 날아가는 중국의 미사일을 수백km먼저 탐지할 수 있다는 점은 나름 매력적이다. 하지만 그것이 이미 사드 배치로 상당한 마찰을 빚고 있는 미-중 관계에 또 하나의 리스크를 추가해야 할 만큼 매력적인지는 의문이다. 이런 점들을 감안하면, 적어도 한동안은 사드 레이더가 장거리 모드로 한반도에 배치될 가능성은 상당히 낮을 듯 하다.



(괌 등에 위협이 되는 중국의 탄도미사일 DF-21)


사실 중국의 반대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하는 편이 더 빠를 것이다. 중국도 사드가 한반도에 배치된다 한들 중국 본토는 물론이요 일본이나 미국으로 쏘는 중국의 미사일조차 요격할 수 없다는 사실을 결코 모르지는 않는다.

하지만 만약 반대하지 않거나, 미온적인 수준의 반대만 한다면 미사일은 어쨌든 레이더가 2대, 혹은 포대 자체가 두 개 들어오는 사태가 생길수도 있다. 그리고 이렇게 되면 두 레이더 중 한대는 장거리 모드로 가동되어 최소한 중국 탄도미사일에 대한 조기경보 능력을 높이는데 활용될 수는 있다.

중국 입장에서 이는 결코 달갑지 않은 부분이다. 조기경보 능력이 높아진다는 이야기는 결국 괌이나 일본등으로 날아가는 중국 미사일을 더 빨리 발견한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그만큼 요격 확률도 더 높아질 것이다. 그리고 괌이나 일본등이 중국 탄도미사일 위협에서 안전해진다면 거꾸로 미국이 이들 지역을 거점으로 중국에 다른 형태의 공격을 가해도 중국이 보복을 할 수단은 크게 줄어들 수 밖에 없다. 냉전시대의 '상호확증파괴'까지 거론하기는 억지라 쳐도, 최소한 도련선등을 내세우며 인근 미군 주둔거점들에 대한 타격능력을 유지하려는 중국으로서는 조기경보 능력의 향상도 막을 수 있다면 막고싶을 부분임에 틀림없다.

결국 중국은 반대를 통해 최소한의 목적은 달성했다고 봐야 한다. 사드 배치보다 더 중요한 사드 레이더의 장거리 모드 배치를 사실상 막은 상태나 다름없으니 말이다. 들리는 이야기에 의하면 한반도 배치 사드 포대의 숫자도 2개까지 거론됐다가 결국 1개로 줄었고 그 배경에 중국의 강력한 반대가 있었다고 한다. 즉 레이더 한대만 배치하게 만들어 결국 장거리 모드로의 사용을 사실상 막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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