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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아시는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프랑스군은 FAMAS를 대체할 차기 소총으로 독일의 HK416A5를 골랐습니다. 그리고 이제 프랑스 언론매체들에서 서서히 이번 프랑스군 도입의 물량이나 예산이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우리는 어느 정도 21세기 선진국 군용소총 도입 추세를 알 수 있습니다.


프랑스군이 채택한 HK416A5소총. 출처: HK



1. 많이 비싸진, 그러나 달라진 총값의 기준.


프랑스 언론매체들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신형 소총 입찰에서 프랑스가 배정한 예산은 최소 3억, 최대 4억 유로라고 합니다. 그리고 매년 16,000정씩을 구매해 최소 9만정을 구입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대부분의 매체들은 현실적으로10만정은 구매할 것으로 보고 있네요.

이 예산대로 계산하면 1정당 가격이 얼추 3,000~4,000유로 정도가 나옵니다. 평균을 잡아보면 대략 3,500유로쯤 되겠네요. 우리 돈으로 대략 440만원쯤 합니다. 최저치인 3000유로를 해도 379만원입니다.

이 값은 우리 생각으로 얼핏 보면 눈이 튀어나오게 비싼 값입니다. K2만 해도 제조 시기에 따라 가격차이가 크지만 절대로 100만원은 넘지 않고(값이 쌀 때에는 30만원대였을 때도 있었습니다. 지금은 그 값에 만들기는 무리지만…), 미국의 M4카빈 역시 군 조달 가격이 조달 시기와 수량등에 따라 700~1,200달러(우리 돈 약 80~130만원)사이를 오가는 것을 감안하면 엄청나죠. 심지어 비싸다고 조롱받던 자위대의 89식 소총조차 지금은 약 28만엔(약 310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HK416이 세계에서 가장 비싼 군용소총으로 등극했나? 하는 생각이 들 지경입니다.


89식 소총. 출처: 영문 위키피디아



하지만 이 가격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도 좀 곤란합니다. 이게 ‘순수한 총값’이 아니기 때문이죠. 가격 산정의 기준이 예전과는 좀 다릅니다.

먼저 이 몇백만원의 가격은 순수한 총 값만이 아닙니다. 무려 30년에 걸친 유지보수 금액까지 다 포함된 금액입니다. 그냥 부품값만도 아니고 정비 용역등 30년동안 들어가는 모든 유지비를 다 포함한거죠. 그걸 제작사에서 다 책임져야 한다고 합니다. 실제 이번 선정에서 중요시된 기준 중 하나가 ‘앞으로 30년간 이걸 해 줄수 있는 업체냐’였고, 여기에 유럽연합 내부에 있는 업체여야 했다고 합니다. 그 때문에 HK(독일)와 FN(벨기에)이 최종 후보로 선정됐다고 합니다- 유럽 내의 업체들 중 이 둘 만큼 수십년간 확실한 실적을 올리고 앞으로도 30년은 존속할 것으로 예상되는 업체도 흔치 않으니 말이죠.



1-1. 비싼 값에 유지비용+옵션까지 포함


사실 이렇게 총 값에 장기간의 유지비용까지 한꺼번에 태운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대개 지금까지는 잘 해야 몇년분, 혹은 그런거 안 따진 총 자체+약간의 기본 액세서리(탄창이나 멜빵, 청소도구같은) 가격만 포함했죠.

이것은 21세기 들어서 다른 무기들에서도 보이는 가격 산정 추세가 총에까지 번진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에는 무기를 도입하면서 장기간의 유지비용까지 다 감안해서 예산을 잡는 추세가 늘고 있습니다. 예전같으면 군 자체의 정비창등에서 수행할 유지보수가 무기의 첨단화나 군의 병력 감축같은 문제 때문에 업체들에 직접 맡기는 부분이 늘었고, 그러다 보니 계약을 하면서 아예 운용할 기간 전체의 유지비용까지 예산에 다 태워서 업체에 청구하는거죠.


또 다른 부분이, 과연 이 예산에 순수한 총값+유지비용만이 아니라 다른 옵션은 얼마나 섞여있느냐입니다.

현대의 선진국 군용 소총은 총만 가지고 끝내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조준경, 표적지시기(레이저), 전술라이트, 수직손잡이, 소음기등의 액세서리가 포함될 경우가 많으며 이런 액세서리들은 종종 총값과 맞먹는 고가를 자랑하기 쉽습니다.

하다못해 도트사이트 하나만 추가해도 최소 몇십만원, 비싸면 백만원 이상의 가격 인상요인이 생기니, 이런 옵션을 고려 안하고 금액만 봐서 총 값이 얼마라고 판단해서는 안될 것 같습니다.

참고로 미 육군에서 2008년에 HK416을 구매한 금액은 100정에 $1,578였습니다. 이건 그야말로 ‘알총’값으로 알려져 있는데, 아무리 8년 전 가격이라고는 하지만 1년에 160배를 더 많이 구매하는 프랑스군이 ‘알총’값으로 최소한 저것보다 더 많이 낼 것 같지는 않습니다.



2. K2처럼 싼 총은(서방세계에는) 이제 없다


물론 미 해병대 기준으로 봐도, 그리고 그보다 좀 싸다 해도 1정당 2백만원은 좀 너무 비싼거 아닌가 하는 느낌은 듭니다. 하지만 이는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조차 이제 K2처럼 싼 총은 만들기 힘든 시대가 왔으니 말입니다.

현재 확정된 프랑스군의 HK416조달 물량은 9만~10만정입니다. 이걸 매년 16,000정씩 사는거죠. 반면 우리나라는 약 40년간 200만정 이상의 소총을 샀고 그 중 대부분이 K2였습니다. 이걸 나눠보면 매년 4~5만정씩은 구매한 셈인데, 그야말로 깡패급 물량입니다. 

문제는 프랑스 정도만 해도 유럽에서는 엄청나게 큰 물량이라는거죠. 터키를 빼면 프랑스는 NATO에서 가장 많은 병력을 가진 군대이지만 그래봐야 현역 기준 20만을 조금 넘습니다. 그나마도 총을 다 바꿔주는게 아니라 육군(병력 약 11만)만 바꿔주는겁니다.


전성기에 40~50만을 구가하던 프랑스와 독일군이 이 정도로 쪼그라드는 군축의 시대에, 예전처럼 매년 몇만정씩 몇십년을 꾸준히 사면서 총값을 낮춰주는 그런 시대는 다시 오기 힘듭니다. 심지어 우리나라조차 얼마 뒤에는 총병력이 지금보다 약 10만이 줄어들고, 그 뒤로 조금씩 쪼그라들 수 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총 자체도 예전처럼 싸게 만들기가 쉽지 않습니다. 인건비 자체도 예전보다 많이 올랐고, 물가도 오른데다 총 자체도 예전처럼 단순하게는 못 만드는 시대입니다. M16계열만 해도, 과거의 M16A1과 오늘날의 M4A1을 비교하면 얼핏 봐도 어느 쪽이 만드는데 돈이 더 들지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이래저래, 앞으로 K2처럼 싼 총을 다시 보기는 힘든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1정에 2백만원짜리 소총을 살 날이 오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3. 점점 사라지는 군용 소총 생산국


마지막 프랑스 자국산 소총이 될지도 모를 FAMAS. 출처: 영문 위키피디아.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프랑스가 사실상 자국내에서의 소총 개발과 생산을 포기했다는겁니다. 그리고 이런 추세는 유럽에서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사실 2차 대전 이후 서유럽에서 자국산 소총을 직접 개발하는 나라는 빠르게 줄었습니다. 사실상 NATO권에서는 영-불-독 세 나라로 압축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제 영국과 프랑스가 여기서 빠져나갔습니다.

‘어? 영국은 계속 자기네 총 쓰는거 아니야?’ 라고 하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영국이 쓰는 SA80시리즈 총기는 1994년을 마지막으로 생산이 끝났고, 그 뒤 나온 개량형들은 전부 그때까지 만든 35만정의 재고중에서 개조해 쓰는겁니다. 심지어 이걸 만들던 노팅엄 조병창 시설은 민영화된 이후 버티지 못하고 2001년에 폐쇄됐습니다. 그 뒤 영국은 사실상 자체적인 소화기 개발 및 생산능력을 상실한거나 마찬가지고, SA80이 완전히 퇴역하면 후계는 외국산 총기밖에는 답이 없는 실정입니다. 프랑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FAMAS를 생산했던 생테티엔 조병창도 민영화를 거쳐 결국 2002년에 폐쇄됐습니다.

30년간 업체가 유지보수를 책임져야 한다는 이야기도 이런 사정때문에 나온거죠. 조병창도, 자국내 대규모 총기업체도 없는데다 군 자체 정비 인력과 설비도 구조조정때문에 크게 줄어있는 판이라 정부가 ‘알아서 할’여지가 크게 줄어든겁니다.


이제는 텅 빈 프랑스의 생테티엔 조병창. 사진 출처: http://forum.skyscraperpage.com/showthread.php?t=145386


공장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뒤 현재는 기념물로 보존되는 엔필드 조병창 건물 일부. 출처: 영문 위키피디아.



군축으로 병력이 줄어드니 구입하는 소총의 숫자도 줄어들고, 그렇게 되니 자국 내에서 직접 소총을 개발해 생산할 이점은 꾸준히 줄어들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민간 기업이 아닌, 국가에서 운영하며 자국군 납품의 독점권을 보장받았던 ‘조병창’이라는 이름의 국영 총기 공장은 적어도 서유럽에서는 이제 멸종했다고 해도 좋습니다. 이들 조병창 체제는 수백년에 걸쳐 각국의 군용 소총을 내놓았지만, 그 추세가 이제 막을 내린겁니다. 군용 소총의 세계에서도 한 시대가 막을 내렸다고 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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