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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전사의 사제 장비 문제에 대해 최근 논란이 뜨겁다. 본지 필진중에도 이 문제에 관련해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도 있고, 그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실상 특전사 수뇌부등 극히 일부를 제외하면 이 문제에 특전사측의 조치에 찬성하는 사람은 없다시피 하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가장 논란이 이는 부분은 어찌 보면 가장 엄격하게 금지된 ‘사제 총기 부착물’이다. 과연 이게 왜 논란이고, 어째서 많은 특전사 대원들이 사제 장비를 총에 달려고 했을까.
(2015년 지상군 페스티벌에서 촬영한 특전사 대원. 기본적으로 개인 구매 사제장비 없이 지급품만을 장비하고 있다. 필자 촬영)
30년 뒤떨어진 수준
일단 현재 국군 특전사의 총기 부착물 논란을 살펴보려면 대한민국 육군 자체의 총기 부착물에 대한 인식부터 살펴봐야 한다.
왜 특전사가 아니라 육군 그 자체를 볼까. 간단하게 말해, 현재 특전사는 이 부분에 대해 육군 전체와 별 차이가 없는, 아니 어떻게 보면 있던 차이도 억지로 지워버리려고 하는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규군 자체의 총기에 대한 인식 문제가 고스란히 특전사에 뒤집어 씌워져 버리는, 전 세계 어느 특수부대도 상상하기 힘든 터무니 없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특수부대가 ‘특수’를 포기하고 정규군과 보조를 맞추고 있는 것이다.
일단 대한민국 육군의 총기 부착물에 대한 인식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선진국 군대의 1980년대 수준을 방불케 하는 것이었다. 도트사이트나 스코프등의 옵틱에 대해 ‘값비싸고 비실용적인 장난감’이라고 생각하는 수준 말이다.
아니, 어떻게 보면 그 시대의 선진국 군대보다 나쁘다. 적어도 80년대에만 해도 선진국 군대들은 그런 것들의 존재 자체는 알고 있으면서도 실전에서는 별 필요가 없다고, 혹은 비실용적이라고 생각했다. 90년대부터 이들이 인식을 바꾸기 시작한 것도 모르던 것을 알아서가 아니라 80년대 후반부터 급격히 좋아진 이들 옵틱의 수준을 비교적 발빠르게 캐치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군이 도트사이트를 실전배치하기 시작한 것이 90년대 초반, 미군이 90년대 중~후반이고 일부 국가는 벌써 1980년대부터 옵틱을 기본 조준장비로 통일한 실정이다.
(PVS-11K 도트사이트를 장착한 K-1A기관단총. 필자 촬영)
그런데 우리 군은 불과 수년 전 까지만 해도 상층부의 대부분은 스코프는 그저 저격총에나 다는 물건(그리고 저격총은 ‘대테러부대’나 쓰는 물건’이라고 생각)이라고 치부했고 도트사이트는 거의 그게 뭔지 이름조차 모르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었다. 한마디로 뭐가 뭔지 전혀 몰랐다는 이야기다.
그나마 간신히 채택된 도트사이트의 존재도 이런 상황이 크게 나아진 증거로 보기는 어렵다.
현재 국군이 보급중인 신형 도트사이트 제식명이 뭐다? PVS-11K다. PVS는 국군이나 미군에서 야시장비에 붙이는 명칭이다. 간단하게 말해, 그냥 조준경이 아니라 ‘야간조준경’이라는 명목으로 채택됐다는 이야기다. 그 자체가 조준경이 아니라 야시 고글을 총에 부착할 때 조준이 가능하게 하는 일종의 어댑터라는 명목으로 채택되었다는 이야기다. 간단하게 말해, 원래의 목적 -조준경- 으로는 상부에서 이게 뭔지 이해를 못해 채택이 거부당할 가능성이 너무 높았다는 이야기다. 이게 10여년 전도 아니고 불과 수년 전 이야기다.
(PVS-11K. 필자 촬영)
(PVS-04K 야시고글 앞에 장착한 PVS-11K. PVS-11K를 포함한 도트사이트는 광량을 야간투시 모드에 맞추면 이처럼 야시 고글 앞이나 뒤에 달고 야간 조준용으로도 쓸 수 있다. PVS-11K는 이런 특성을 이용, 야간조준경이라는 명목으로 도트사이트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는 군 수뇌부를 설득해 채택될 수 있었다. 총기 부착물에 대한 군 상부의 인식이 어느 정도인지 보여주는 부분이다. 필자 촬영)
도트사이트만 문제가 아냐
이처럼 처절하게 뒤떨어진 군의 기본적 인식대로 특전사의 총기 부착물을 결정해야 한다는 것은 정말 갑갑한 이야기다. 그리고 간신히 채택된 도트사이트라는 것도 사실 특전사 입장에서 보면 만족스럽다고 보기는 어렵다.
사실 이것저것 따지자면 너무 길어지니 간단하게 쓰자면, PVS-11K는 아무래도 에임포인트등 해외의 A급 도트사이트들에 비해 불만족스러운 점도 적지 않다. 다른 곳도 아닌 ‘특수부대’인 특전사라면 PVS-11K가 아니라 에임포인트등을 구매해서 쓰겠다면 그렇게 해줘야 맞다.
(에임포인트를 사용하는 미 육군 보병. 미군은 일반 보병에게도 최고다 싶으면 미국제가 아닌 스웨덴제 도트사이트를 과감하게 수입해 지급한다. 우리 군은 특수부대에게도 군의 제식장비를 떠밀고 있다. 사진: 미 육군)
그나마 도트사이트는 어떻게든 지급하기라도 했으니 그나마 양반이다. 사실 특전사에게 필요한 -엄밀하게 따지면 우리 군 전반적으로 필요하지만- 총기 부착물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미국의 ACOG정도에 해당하는 저배율 스코프, 그리고 미국의 PEQ-15/16계열에 해당하는 표적지시기다.
그런데 지금 특전사에는 지급되는 스코프라고는 저격총에 달린 것 밖에 없고 그나마 이전에 개인구매해서 쓰던 것도 맘대로 못 다는 상황이다. 한마디로, 지금 우리 군은 특전사조차 미군의 DMR(지정사수용 총기: 일종의 근거리 저격총)에 해당하는 총기가 없다는 이야기다. 북한군이 우리보다 훨씬 많은 저격총을 운용하는데다 특작부대같으면 AK에까지 일부 스코프를 장착해 쓰는 것을 감안하면 지금 특전사는 북한군에게 사격전에서 열세에 몰릴 가능성마저 생겨버린 것이다.
여기에 표적지시기 문제까지 감안하면… 정말 답 없다. 아무리 선진국 군대의 여건이 우리와는 다르다고 하지만, 최소한 특전사는 그 선진국 보병에 준하는 수준의 장비를 갖춰줘야 맞다고 본다. 특전사마저 일반 육군의 보병화기 수준에 큰 차이 없이 가둬놓겠다는 것은 실제 북한군을 상대로 임무수행할 때 위험하기까지 한 발상이니 말이다.
물론 정규군이면 그나마 개인화기 이외의 다양한 편제화기를 응용할 수 있으니 좀 낫다. 정규군같으면 중대나 대대의 박격포에 의존할수도 있고 고속유탄발사기, 사단포병 등 필요하면 다양한 화력을 동원할 수 있다. 그런데 특수부대는 그렇지 못하다. 설령 항공지원이 가능한 여건이라 해도 일반 보병보다 당장 자신들이 가진 총기에 의존하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즉 지금처럼 총격전에서 자칫 북한에게도 밀릴 수 있는 상황은 특전사에게는 치명적인 셈이다.
자. 특전사 팀이 적진에 침투했다 치자. 그런데 북한군과 조우했다. 이제 우리 대원들은 북한군의 스코프 달린 총들에 사격당해 차례차례 쓰러지는데 정작 특전사 대원들은 맨눈, 혹은 배율없는 도트사이트만으로 대응사격을 해야 한다 치자. 이게 제대로 교전이 이뤄지는 상황이 되리라고 보시는지? 이 상황이 되어도 우리는 ‘형평성’과 ‘표준화’를 논하고 있어야 할까.
(ACOG 스코프를 총기에 장착한 미 육군 보병. 촬영: 박 태열)
사격 평가 개념을 바꾸자
그렇다면 도대체 이런 답답한 상황은 어떻게 해서 탄생했을까. 일단 특전사도 군 전체의 ‘제식’과 ‘표준’ 범위 안에 최대한 묶어야만 한다는, 특수부대의 ‘특수’가 무엇을 뜻하는지 생각하지 않는(혹은 생각하기를 거부하는) 구시대적인 발상도 한 몫 하지만 흔히 말하는 ‘형평성’문제도 있다. 그리고 이 형평성 문제는 바로 우리 특전사의 중요한 문제 중 하나인 사격 평가와 연결된다.
특전사에서 사격 성적은 인사고과에 만만찮은 비중을 차지한다. 한마디로 총 잘 쏘면 잘 쏘는만큼 유리하고 못 쏘면 그만큼 불리해진다. 게다가 상대평가라 나보다 잘 쏘는 대원이 나오면 내 점수가 얼마냐에 관계없이 그만큼 내가 불리해진다. 이러면 당연히 총기 부착물로 인해 더 잘 쏘고 못 쏘는 차이가 나오는게 문제가 되기 쉽다.
사격 평가때 만큼은 부착물을 다 떼고 가늠자-가늠쇠만 보고 쏘면 어떨까. 말은 쉽지만 그리 쉬운 문제는 아니다. 총기 부착물, 특히 조준경은 일단 총에 붙이면 가급적 안 떼려고 하는게 보통이다. 이론상으로는 어떨지 몰라도 실제로는 자주 떼고 붙이는게 썩 좋은 것은 아니니 말이다.
아무리 이론상 떼었다가 붙여도 영점이 유지되는 피카티니 레일 시스템이라고 하지만 현실은 조준경은 일단 부착하면 ‘꼭 필요한 경우’외에는 가급적 안 떼려고 하는게 현실이고, 실제로 미군 특수부대도 여러 종류의 조준경을 하나의 총에 조준경만 바꿔 다는게 아니라 아예 조준경이 달린 윗몸통 자체를 여럿 지급해 사실상 조준경을 떼지 않고 여러종류를 운용할 수 있게 한다.
(미 육군의 사격훈련 모습. 촬영: 필자)
그렇다면 다른 나라들, 특히 미군의 사격 평가는 어떨까. 간단하게 말해 미군에서의 사격평가는 절대평가다. 일정한 점수만 넘으면 그 다음은 누가 더 성적이 좋네 나쁘네에 크게 구애되지 않는다. 물론 나름 점수에 따라 등급을 매기는 것은 있고(정규군의 경우 40발중 23~29발을 맞추면 Marksman, 30~35발을 맞추면 Sharpshooter, 36발 이상 맞추면 Expert배지를 부여) 또 경우에 따라서는 순위를 다투는 대회같은 것도 열리곤 하지만 이런 것들 때문에 승진이나 인사고과에 애로사항이 꽃피는(?)것은 아니다.
물론 이렇게 되면 사격 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경쟁이 없지 않겠냐고 할지 모른다. 그런데 애당초 사격 실력은 경쟁심으로 향상되는게 아니다. 물론 경쟁심도 영향이 없지야 않겠지만 가장 중요한건 결국 사격훈련의 양과 질이다. 제대로 된 전술로 얼마나 많이 쏘느냐가 중요하지, 사격장에서 몇점 나오는지 신경전 벌이고 그것때문에 내 인사고과에 지장이 생기네 마네 하며 피마르는 것으로 진짜 전투력이 높아진다고 믿는다면 그건 정말 암울한 이야기다.
경쟁이 없으면 다들 대충 쏘지 않겠느냐고? 성적 경쟁 없어도 특전사 대원쯤 되면 알아서 잘 쏘려고들 한다. 솔직히 남자들은 총 쥐어주고 쏘게 하면 성적 평가 없어도 알아서 서로 잘 쏘려고 경쟁심 불타게 마련이다. 거기에 실제 군 경력이 좌우되게 하는 것은 불필요하다 못해 비생산적인 처사다.
제대로 된 걸 사주기라도
물론 아무리 특수부대라도 작전에 필요한 장비, 그것도 고가의 총기 부착물을 개인이 구매해서 쓰는 것에 논란의 여지가 없을수는 없다. 하지만 그 동안 특전사 자체의 장비 선정과 구매가 과연 특수부대로서 개인 구매를 ‘수준 미달의 장비 구매를 방지’하기 위해 막는다고 큰소리 칠 정도로 제대로 이뤄졌을까. 아마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분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
애당초 미군 특수부대나 기타 선진국 특수부대들은 개인이 구매한 장비를 일정 기간 후에 문자 그대로 영수증 처리하는 경우도 있었고, 또 지금도 아예 부대 차원에서 필요한 예산을 구매 담당자가 법인 카드로 집행하는 부대 차원의 공동구매를 그때그때 신속하게 처리하는 경우가 흔하다.
반면 우리나라 특전사같으면 뭐 하나 도입하는데도 방위사업청 통해서 입찰하고 선정하고 하느라 거의 영겁의 시간이 지나가고, 또 그 과정에서 원래 일선에서 원하던 것과는 동떨어진 장비가 들어와 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원칙적으로 어지간한 상황 아니면 장비 도입은 경쟁입찰이어야 하고, 그렇다면 결국 경쟁이 가능한 요구조건 -쉽게 말해 특전사가 그닥 원하지 않는 장비도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으로 입찰이 진행된다. 그리고 종종 ‘원하지 않는 장비’가 낙찰되곤 한다. 요구조건 충족하고 값 싸면 규정상 합격시켜야 하니 말이다.
(훈련중인 해군 UDT/SEAL대원들. 사진: 해군)
물론 우리나라도 어느 정도 예외는 있다. ‘해외파병’이다. 우리 군 특수부대에서 총기와 장비, 총기 부착물 모두 가장 다원화된 UDT/SEAL이 이런 해외파병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대표적인 케이스다. 해외파병, 그것도 대테러작전을 치뤄야 하다 보니 일선에서 원하는 장비가 비교적 수월하고 신속하게 선정될 가능성이 크게 높아졌고, 실제로 그 덕분에 HK416이나 글록, P226등 ‘불감청이언정 고소원’이던 장비들을 꾸준히 구매하는데 성공했다. 게다가 이것들이 기존의 장비 구매 과정과는 전혀 다른 것도 아닌, 방위사업청을 통한 공식 구매 루트를 활용해 가능했다(물론 ‘아덴만의 여명’작전 성공으로 구매 과정에서의 실전부대원들의 발언권이 더 높아진 것도 무시할수는 없겠다).
즉 예산과 의지만 있으면 현재의 구매 프로세스를 통해서도 만족스럽지는 못할지언정 나름대로 특수부대에 어울리는 수준의 장비를 사 주는게 가능은 하다는 이야기다. 그러니 개인 구매가 진짜 문제이고 막아야한다 치면 어떻게든 그럴 필요가 없게 제대로 된 물건을 부대 물자로 사주기라도 하자.
결국은 인식의 문제
결국 현재의 문제는 상당부분 ‘인식’의 문제다. 총기와 총기 부착물, 사격 훈련등 여러가지에 관한 정책이 현재의 실정에는 맞지 않는 구태의연한 인식에 맞춰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좀 과장해서 말하자면 현재 국군 상부의 군용 총기에 대한 인식은 K-2소총이 제식화되던 시대, 즉 문자 그대로 30년 전과 근본적으로 큰 차이가 없는 실정이다. 차라리 그 시대에는 K-2소총에 달 스코프의 필요성이라도 어느 정도 느꼈고, 실제로 영국의 SUIT 4배율 스코프가 K-2용 스코프 -일명 트라이락스- 로 도입되기도 했다. 하지만 30년이 넘게 지난 지금, ‘트라이락스’라는 물건이 있는지 그 자체를 모르는 사람이 -심지어 현역 군인중에도- 대부분이다. 그리고 지금은 저격총이 아닌 일반 소총을 위한 스코프 도입의 필요성도, 또 그 스코프를 달고 운용할 DM(지정사수)에 대한 개념도 군에서 제대로 정립되어있지 않은 상태다. 어떻게 보면 발전하기는 커녕 근소하게 퇴보하기까지 한 셈이다.
(영국의 SUIT스코프와 이를 장착한 FN/FAL소총. 이 스코프는 우리 군에서도 K2용으로 채택했지만, 읽는 분들 중 군에 이런게 있었다는 사실 자체를 아는 분이 거의 없을 듯 하다. 사진 출처: Rock Island Auction)
이처럼 갑갑한 군 상부의 인식이 특전사의 장비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상황은 심각한 문제다. 차라리 모르겠으면 특전사 일선 대원들의 지식이라도 활용할 수 있게 하자. 지금처럼 특전사 상부가 ‘육군본부와 협의해’ 특전사 장비 문제를 결정해 버리는 터무니 없는 상황은 빨리 씻어내야 하지 않을까(모르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현재 특전사의 개인 구매 물품에 대한 지침은 특전사 지휘부가 ‘육군본부와 협의끝에’ 내린 것이다. 육군에서 특수전, 그리고 거기에 필요한 장비에 대해서라면 그 누구보다 전문가이고 여기에 관한 정책은 직접 결정해야 정상인 조직이 특수전의 문외한들에게 ‘우리 어떻게 해야 하죠?’라고 물어본거다. 이게 말이 된다고 보시는지?).
지금의 이 문제가 조금이라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되기를 기대해 보자.
(글: 홍 희 범, 월간 플래툰 편집장)